"20년 갇혀있다 겨우 1시간 자유"…사자 사살에 쏟아진 비판

입력 2023-08-16 17:16   수정 2023-08-16 18:01


경북 고령군 한 민간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 1시간여만에 관계 당국에 사살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의당 대구시당 생태위원회는 16일 논평을 통해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까다로운 생포 작전보다 손쉬운 사살 방식을 선택한 것은 편의주의에 기댄 것"이라며 "사자가 오랜 기간 인간 관리 아래 있었고, 발견 당시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는데 사살이 꼭 필요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이러한 조치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하며, "동물이 착취의 대상 또는 물건이 아닌 자각 있는 생명으로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사설 목장에서 사육되다 탈출 끝에 사살된 이 암사자는 나이가 20살가량으로 추정되며 농원이나 인근 캠핑장에서 ‘사순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경찰은 마취를 통해 포획하는 방법도 있지만 안전을 고려해 사순이를 사살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동물자유연대는 15일 논평을 통해 "잇따르는 야생동물 탈출에 인도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동물의 본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20년 넘게 동물을 길러도 지금의 법으로는 아무런 규제도 할 수 없다"면서 "어떠한 충족도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죽음보다 나을 게 없었을 지난 시간은 이번 사자 탈출 사건이 어쩌다 발생한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해당 시설은 맹수류인 사자가 산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비좁았고, 그 안에는 동물이 무료함을 해소하거나 습성을 충족할 수 있는 조형물 하나 놓여있지 않았다"면서 "생전 모습을 찍은 영상에서는 사자가 발로 먹이통을 연신 긁는 행동을 보였고, 총에 맞아 죽은 사자의 사체는 비쩍 마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산재한 동물전시시설 등에서 동물 탈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들을 인도적으로 포획하는 방법이나 포획한 동물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안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라면서 "탈출한 동물을 죽이고 모든 게 마무리됐다는 식의 대응책은 우리 사회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계속 반복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탈출했다 사살당한 사자 ‘사순이’는 20년 넘는 세월 동안 비좁은 철창 속에 갇혀 살았다. 야생에서의 본능은커녕 생명이라면 응당 주어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마저 모조리 빼앗긴 채 고달프게 견뎌내야 했던 20여 년의 세월은 차마 그 고통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면서 "탈출 후 고작 한 시간, 생전 처음으로 느꼈을 자유는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 지금쯤은 드넓은 벌판을 힘차게 달리며 이 생의 고통은 모두 잊었기를 기원한다"고 글을 맺었다.



경북소방본부와 고령군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7시24분께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 목장에서 사육 중이던 사순이가 우리에서 탈출했다. 고령군은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주민에게 사자 탈출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당부했다. 경북소방본부와 경찰은 합동 수색 1시간여 만에 목장 인근 4~5m 지점 풀숲에서 사순이를 발견해 사살했다.

사순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인 '판테라 레오' 종으로 새끼 때부터 사람 손에 길러져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을 정도로 온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20년간 사순이가 살았던 철창을 보고는 "그냥 단지 나무 그늘에 누워보고 싶었을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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